춘래불사춘.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그 분께 연락이 왔어요.
거의 석달 만에 온 연락이라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그 동안 바빴다,
사업하는 사람이 바쁘다는 건 좋은 거잖아요.
그리고 일주일 후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예전에 이 분께 도움 받은 적이 있어요. (종종, 도움 받고 있기는 하지만,,^^;;)
급한 일이 있어 돈을 빌렸는데, 어쩌다 그 돈을 쓸 데가 사라져버렸거든요.
일이 그렇게 되었다 하니, 그냥 용돈이라 생각하고 담에 밥이나 사라고 하셨습니다.
백만원, 천만원 단위는 아니었지만,
그냥 용돈으로 받기에도, 그렇다고 계좌 이체로 돌려드리기에도 뭔가 어정쩡했지요...
이번에 약속을 잡고 보니, 다음에 또 언제 뵐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려야겠다 싶어,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식사도 꼭 대접해야겠다 마음 먹었어요.
약속한 날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이 생일이라 바쁘겠다,
정말요? 나도 선물 준비했는데~
내 생일 어떻게 알고?
아니,, 생일 선물은 아니구요,,
생일도 모를 정도로 바쁘신건가 하는 안쓰러운 마음과
그 나이때는 이제 생일이 별 의미가 없는건가 하는 의아함.
선물을 택배로 보내네 마네
한동안 쉬는 날이 없어서 못 보네 마네
이렇게 한참을 주고 받다가...
약속이 7시라길래, 그 전에 잠깐 뵙기로 했습니다.
사실, 빨리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감사한 마음으로 전해드리고 싶었던 선물은,
어느새 생일 선물로 변해버렸네요..
시외버스를 타고 두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그 분과 흡연이 가능한 커피숍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 분은 담배 없으면 안되거든요
왠만한 커피숍엔 흡연구역이 있다고 해도, 눈 앞에 탐탐의 흡연구역이 보이는데도,
그 분은 억지를 쓰셨고, 결국 우리는 어느 술집으로 들어가게되었습니다.;
막상 자리에 앉고 보니
그렇게 전해주고 싶었던 선물이 어찌나 초라하고 유치해 보이는지...
이런 걸 받고 황당해 하지는 않을까, 어이없어 하지는 않을까
오빠, 이거 유치한거예요. 별거 아니예요. 기대하지마요. 실망도 하지마요;
이 말을 수십번 하고 나서야 부끄러운 손으로 선물을 전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그 분의 지인들이 오셨고, 한시간, 두시간 가량 얘기를 하다
그 분의 즐거운 생일자리를 위해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분은 광란의 밤. 이란 표현을 쓰시더라구요^^;
비싼 선물은 아니었습니다. 값으로 치자면, 선물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였죠.
어느 정도의 선물을 사야 그 분의 수준에 맞는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제 나름대로의 정성을 보여드리고자 틈틈히 준비했던 선물입니다.
저의 선물에 대해서
그 분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 표정이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이고 기특하네., 정도의 생각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비타민, 잘 드시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