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들어본 적 있나요? 저는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참고로
올해나이 23살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도 한강고수부지, 오늘 같이 비가 끈적끈적하게 내리는 5월 첫 번째 맞이하는 주말에
말입니다. 저는 대행 선수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여기서 사람을 만나면서 어떤 누구보다
신중했고 다행히 제가 어떤 목적을 위해 필요로 했던 돈 보다 훨씬 상향하는 기대이상으로
몫 돈을 만질 수 있었습니다. 어떤 누군가는 돈이란 것은 없으면 생활이 좀 불편해질 뿐이라고
하던데 저는 절대적이었거든요. 아마 저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분들은 제 말에 충분히 공감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심리적인 압박과 불안에 시달릴 때 이곳에서 만났던 황제
아저씨가 한 분 계십니다. 이곳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들)같은 오로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덤벼드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정말
궁하고 없는 사람에겐 막상 만나러 나가서는 그런 수단에 저항할 수 있는 힘조차 없다는
것을 솔직히 저는 경험해 봐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정말 달랐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정신세계가 참 특이한 분이라고 할까.. 독특한 분이셨습니다.
어느 식당에 가서 주차비가 3천원이면 천원짜리 두장에 차에 있는 동전까지 꺼내서 딱
3천원을 맞춰주면서 팁이란 것을 주시는 것을 한번도 본적 없고 일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주방장이 들어와 인사를 하고 스시를 올려놓아도 5천원을 꺼내서 팁으로 주시는..
때론 옆에 앉아있기가 참 민망할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그런 분이 저와 만나고 헤어질 때는 항상 50만원 100만원씩 꼬박꼬박 봉투에 넣어서
챙겨주셨으니...맞아요.~저에겐 정말 너무너무 고마운 분이셨습니다. 이런 그분과 지금까지
만난지 벌써 7개월하고도 9일째입니다. 그동안 참 많이 만났지요.
어떤 때는 참 각박하리 만큼 인색해보이고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인데 저에겐 끝도 없이 자상했고 예뻐해 주시던 황제분이셨습니다.
참 사람마음이란 것이......시간이 지나면서 미련한 마음이 그분을 좋아하게 되었고 점점
친해지면서 그분 집에도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저와 일찍이 아내와 헤어져 돌싱이었던 그
황제분과는 각별한 사이로 발전되어 가고 있었거든요. 아니 오늘,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그분에게 용기를 내서 제 속마음을 비췄는데 그분 입에서
돌아온 말은 참 잔인하네요. 저에게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말라고 합니다.
제가 하는 말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였나 봅니다.
“오빠 내가 오빠 사랑하면 어떡할거야?” 이말 나오기 무섭게 기다렸다 듯이 던진 말이 그
황제분의 모든 진심이 다 담겨져 있다는 것에,,그 분의 눈빛에서 너무나 선명하고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개가 풀을 뜯어 먹을 때 저처럼 소리내나요? 나 원..비는 왜 내리고 지랄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