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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 위에서 움직이며, 예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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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전, 사창리(강원도 화천의 군부대 면회가는 곳)에서 외박나와 들어간 어느 허름한
다방. 미스 김에게 티켓을 끊고 들어간 다방 뒤편 골방에 미스 김 대신 들어온 어느
아줌마. 하지만 그 빌어먹을 놈의 성욕은 자대배치를 앞둔 이병에게 아줌마와 미스 김을
구별할 이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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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렇게 시체처럼 누워서 껌만 짝짝 싶던 아줌마 위에서 배설의 몸짓을 끝낸 후에야
미스 김이 아니라 다크서클이 진한 깡 마른 아줌마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그 때 그 일
말이다. 그 때일만 생각하면 영 그게 반응이 신통치 않는다.
밑에 깔린 여자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했다. 샘은 마르고 얼굴은 피곤해보여 다크서클이
움푹 패여보였다. 억지로 비벼대기엔 치골은 너무 높고 숲은 억셌다. 갑자기 남자는
그의 분신에서 힘이 빠지고 초라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러면 안되는데..안되는데...
인상을 쓰며 다시 살려보려고 애쓰는 남자를 밀치고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여자: 그만해. 줄어들었잖아.
남자. ............
여자: 돈은 줘야해.
남자: (인상 쓰며) 얼마?
여자: 90만원. 이왕이면 100 채워줘.
남자는 인상을 쓰며 여자를 쳐다보았다.
남자: 머 그리 비싸?
여자: 남들도 그 정도 낸다고.
남자: 아니...회사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 어디는 20만원이라는데...
여자: 싫어. 그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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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하고 초라해진 그는 침대 옆에 걸터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남자: 정말...안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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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자기 영어 못해서 저번에 승진 누락된 거 기억안나? 우리 애는 영어유치원 보내야해.
남자: 여보 그렇지만...
여자: 잔소리 말고 이번달 유치원비 90만원이야. 통학버스하고 교복까지 100만원이야.
카드 그을테니 알고 있어.
남자: 끄응....당신 마음대로 해...
욕실로 간 여자 뒤로 남겨진 남자는 초라해진 볼품으로 지갑을 열어 어제밤 대행비로
나간 돈 계산을 하며 중얼거렸다. 제길. 나가서도 돈, 들어와서도 돈이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그는 신경질적으로 꽁초를 방 저쪽의 휴지통으로 던졌지만
휴지통 옆으로 떨어졌다.
그가 중얼거렸다.
젠장. 이것도 안되다니.
[창작픽션] 서소문연가의 단편 #1 침대위의 그녀가 돈을 요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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