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어찌 생각하면 짧고
또 달리 생각하면 제법 긴
4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었다.
그 사랑은...
마치 4계절 속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인 양
내 가슴 한켠에 우뚝 서 있었다.
그 사랑이 멈추어서고 나서도
오랜동안...
아주 오랜동안...
내 가슴속에 말이다.
지금은 그저 \"추억\"할 뿐이지만...
난 그 4년이라는 시간동안
내 손으로 손톱을 정리한 적이
몇 번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두 손을 그녀에게 내어 맡긴채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녀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곤 했는데
그 땀방울에 살큼 젖은 이마의 잔머리칼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고
그때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니 조금은 남자로서 뿌듯한 마음이란 게 생기기도 했던 것 같다.
헤어진 후
몇번인가의 계절이 바뀌고
몇십번인가의 술자리를 지나쳐
슬프게도
아주 슬프게도...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을
하나씩 하나씩 잊어가고
조금씩 조금씩 시간이 흐른
그런 어느 날
난 내 손을 내려다보고는 깜짝 놀라
손톱이 왜 이렇게 길었지...라며
허둥지둥 손톱정리를 했었다.
그리고 곧 가슴이 저릿한 느낌에 내 스스로도 놀랐었다.
그녀는 4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내가 그녀를 잊었다고 생각함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내 머리 속 어딘가를 내 몸 속 어딘가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도
더욱 시간이 흐르고 흘렀지만
나는
손톱정리를 할 때가 되면
그녀의 이마에 맺히던 아름다운 땀방울과
잔잔히 젖어든 이마의 잔머리칼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그런 걸
\"추억\"이라고 한다는 걸 아주 어렵사리 깨달았다.
부러 지우려 할 필요 없고
애써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생의 추억\"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자라난 손톱이 흉물스러울 만큼인 어제
나는 조심스레 손톱깎이를 들어
그 때를...
\"추억\"했다.
|